"이상으로 졸업식을 모두 마치겠습니다."
교감 선생님의 마지막 한 마디를 끝으로 나는 3년 동안의 지루하고도 진부했던,
하지만 나름대로 즐거웠던 중학교 생활에서 벗어나게 되었다.
조금은 허무한걸.
"야아―! 현아. 넌 개근상 못 받았지?"
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.
내 절친한 친구, 이상민이었다.
물론, 현이라는 건 내 이름이다. 최은현.
"나도 3년 개근 받았어, 이 자식아."
"엑, 네가?"
녀석은 못 믿겠다는 듯 날 쳐다봤다.
뭐 어쩌라고?
"그나저나 토깽이는?"
본심은 마음속에 접어둔 채 나는 토깽이의 행방을 물었다.
토깽이는 나의 또 다른 친구인 김태인의 별명이었다.
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폐인인데,
덕분에 눈이 늘 충혈되어 있어서 우리 사이에서는 토깽이로 통하고 있다.
"글쎄, 잘 모르겠는데. 잠깐만, 내가 문자 해볼게."
상민이는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들었다.
으음…… 앗.
깔끔한 포니테일 머리에 교복 위로 밝은 분홍 카디건을 걸친 차림으로
폰 액정을 들여다보면서 걸어가고 있는 저 여자, ……그녀다.
"호오오, 그 새 또 소영이 쳐다보고 있었네?"
젠장, 또 들켰다.
"아냐 인마."
"아니긴 뭐가 아니냐? 얼굴이 벌게진 게 박소영 보고 있는 거 맞네."
"……."
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하다.
내 입으로 말하기엔 좀 그렇지만, 이쯤 되면 다들 눈치챘다시피
그녀는 내가 2년 동안 짝사랑해온 여자다.
"야, 이제 학교도 갈라지는데 얼른 고백해. 으이구."
나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는 상민,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.
지이잉―.
교복 바지에서부터 진동이 느껴졌다. 문자가 왔나?
그녀, 소영으로부터 온 문자였다.
그런데 뭔가 이상했다.
내가 알기로 그녀는 문자를 할 때마다 띄어쓰기도 항상 제대로 되어있었고,
이모티콘도 많이 사용하는 편이었는데 이 문자는 이모티콘은커녕
오히려 글자들이 따닥따닥 붙어있어서 보기에 불편할 지경이었다.
음, 단순히 졸업이 아쉽다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…….
잠깐, 설마?
HINT : 13*#.